cikat 2022. 12. 13. 23:42

 오늘 친구 아버지의 부고를 접해 장례식장에 갔다왔다.
사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좀 했다.
중학교 동창이고 평소에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비록 따로 만나진 않았어도 인연이 겹쳐 자주 마주쳤기 때문에 친구와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도착해서 그 친구 얼굴을 보자마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을 많이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이이니 손님 상대하고 자리를 지키는 일이 고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반가운 얼굴이 보여서 그런지 우리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기 때문이다.
 그 얼굴을 보며 오기 전까지의 망설임과 긴장이 전부 사라지고 진심으로 친구를 향한 걱정과 위로를 건넬 수 있었다.
크면서 어른들에게 경사는 몰라도 조사는 꼭 가야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기에 간 거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었다.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던지, 어색하고 불편할까봐 가기를 망설였던 내가 창피해질 정도였다.
 
 성인이 되고 부모님 없이 장례식을 가는건 이번이 두번째였는데, 갈 때마다 분위기가 적응 안되고 불편했다.
그 낯선 사람들 틈에 서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힘들지... 마음이 많이 복잡했다.
내가 같은 일을 당했다면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을텐데, 의젓하게 할 일을 다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도하고...
나이가 들면서 내가 진짜 성인이구나 느껴지는 상황이 종종 닥치는데, 그 때 내가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정말 막막하고 무기력해진다. 이런 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참 씁쓸하기도 하고... 어른이 되기 싫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행복한 동화 속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