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빈집」- 기형도 | 홀로

cikat 2023. 2. 24. 01:15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정키 - 홀로 (feat.김나영)]

 

 

겉보기에는 후련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상당한 미련이 담겨 있다.

시를 쓰는 행위로 그 미련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인연이란 다가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붙잡으려고 하면 잡히지 않고, 보내려고 하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같다. 때로는 나를 기분좋게 해주고, 때로는 날카롭게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차갑고 거센 바람이 오래 지속되면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한다. 인간관계란 참 어렵지만, 좋은 바람이 불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좋은 바람이 부는 곳에 가야 새로운 만남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