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일기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애정에 굶주려 있었다.

cikat 2023. 3. 30. 02:19

사랑받기 위해 공부를 하고, 학원을 다니고, 인사도 잘하고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런 노력 없이 사랑 받는다고 생각했던 오빠가 부럽고 미웠다.
나의 자격지심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고, 아직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다.
 
미련이나 기대를 버리면 가족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다. 친구나 선생님에게로 애정의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내 인생은 온통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사랑받기 위한 노력들로 가득찼었다.
그래서 사랑 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때로는 사는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렇게 남의 눈을 신경쓰며 살았으면서 왜 여지껏 몰랐을까? 어렸던 나는 나를 향한 사랑은 보지 못하고 남을 향한 사랑에만 집중했나보다. 항상 그 사람을 질투하고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으니까.
그 당시 내가 절망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행동해도 똑같이 칭찬받거나 사랑받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랑에는 딱히 조건이 없다.
어린아이들이 받는 사랑은 특히 그렇다.
그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혼자 멋대로 기대하고 노력하다가 실망하지는 않았을텐데. 다들 그런 깨달음을 얻으면서 크는 거겠지.
 
아직도 나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애정을 표현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만드려고 노력하면서.
그런데 자꾸 무언가 돌아오길 바라고 호의를 내주는 내가 싫다.
기대하지 않고 순수하게 남을 사랑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안된다.
내 안의 결핍은 어떻게 해야 채워지는건지, 나부터 채워야 흘러넘쳐서 다른 이에게도 닿을텐데.
 
나도 나를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