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불온한 검은 피「목요일」- 허연 | 나랑 도망가자
cikat
2021. 7. 13. 04:14
목요일
허연
사람들 틈에 끼인 살아 본 적 없는 생을 걷어 내고 싶었다.
모든 게 잘 보이게 다시 없이 선명하게
난 오늘 공중전화통을 붙잡고 모든 걸 다 고백한다.
죽이고 싶었고 사랑했고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는 성경 구절에도 마음이 흔들린다고.
그리고 오늘은 목요일.
죽이 끓든 밥이 끓든 나는 변하지 못했고
또 목요일.
형상이 없으면 그림이 아니야.
따귀 한 대에 침 한 번씩 뱉고 밤을 새우면 신을 만날 줄 알았지.
그림 같은 건 잊은 지 오래라는 녀석들 몇 명과
그들의 자존심과 그들의 투항과 술을 마신다.
그중에 내가 있다.
오늘은 목요일.
결국 오늘도
꿈이 피를 말린다.
그 꿈이 나한테 이럴 수가.
[밍기뉴 - 나랑 도망가자]
봄에 꾸었던 꿈을 그리워하며,
앞으로의 삶도 그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1. 나랑 도망가자
모든 것들에 지쳐버린 우리, 서로의 손을 꽉 잡고 어디론가로 도망가자
우리 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이 나의 곳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영원이 없다 하여도.
- 춘몽 (春夢) -
미래에 대한 방황과 절망 속에서 한없이 반복되는 요일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꿈은 즐거움과 좌절을 동시에 안겨준다. 대상 없는 하소연은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또 다시 반복되는 목요일. 변화 없는 인간을 망가뜨리는 주문이다. 한결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