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상병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썩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 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썩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이 시는 정말 위로가 되는 시다. 꼭 자괴감에 빠져있는 나에게 썩지 않았다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확신을 담아 말하는 것까지 계속 생각나게 만든다. 그 나무는 썩은 나무가 아니다.
모두가 썩은 나무라고 욕할 때, 한 사람이라도 그 나무가 썩지 않았다고 말해준다면 그 나무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겠는가? 세상 모두가 나를 등질 때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지는 쪽이겠지. 내가 사람들 속에 숨어 누군가를 상처입히는데 방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겠다. 다수라는 것은 꼭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정답이 무엇이든 사람을 상처입힐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언제나 말이라는 것은 사람을 구원하기도 하고, 나락에 빠뜨리기도 하니 안 좋은 말일수록 굳이 꺼낼 필요가 없다. 그 충동을 못이겨 말을 꺼내면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다. 없던 일로 되돌릴 수도 없고. 절대로.
관계가 끝나는 건 되돌릴 수 없는 말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잠시 참는 것, 이게 어려운 일인가? 끝난 관계에 미련을 두고 평생 후회하며 사는 것보다는 나은 일인데 말이다. 한 번 금이 간 사이를 수리하는 것은 어렵다. 행복했던 그 때로 돌아가자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그 행복을 깨뜨린 사람이 누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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