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80

2024 독서 결산

중학교 이후로 책을 놓고 살다가, 작년에 도서관에서 잠깐 알바를 하며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아직 독서 습관이 잘 잡히지 않아 도서관에 갔을 때 2~3시간 읽고, 집오면 안 읽는 들쭉날쭉한 독서생활이 반복되었다. 전자책도 앱을 잘 안 키게 돼서 종이책으로 습관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작년 여름부터 읽기 시작해서 총 16권을 완독했다. 젊은 작가의 소설을 주로 읽었는데, 고전문학은 아직 잘 안 읽히기도 하고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르별로 간단하게 책을 소개해보려한다. 참고로 필자는 SF, 아포칼립스 분야를 좋아한다. 특히 상황과 심리에 대한 묘사가 잘 드러난 것을 좋아한다. 수호신- 뒷내용이 궁금해지고 전개가 빨라 금방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오컬트/종교에 관심 있다면 재밌게 읽을 수 ..

2025.01.22

밤이 오면 우리는 | 정보라

기계의 순리를 믿으라   인공태양 실험이 성공함과 동시에, 지배자의 손가락 하나로 행성이 멸망할 위기에 처한 세상. 이에 행성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편견이 없고 공정한 기계가 행성의 미래를 결정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안전장치'다. 안전장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안전하게 공존하고 상생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 과정에서 로봇은 인류의 생존이 곧 행성의 멸망을 불러올 것이라 판단해, 인류 문명을 종말시키기로 결정한다.21p 지구상 다른 모든 생물종을 위한 최선의 안전장치는 인류 문명의 종말이었다. 아주 잘못된 논리는 아니라고, 나는 가끔 생각했다.  로봇은 인간을 죽이기 위해 같은 인간을 세뇌시킨다. 왜냐하면 로봇은 인간을 죽이려고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17p 인간이 ..

2024.10.14

사랑, 이별, 죽음에 관한 짧은 소설 | 정이현, 임솔아, 정지돈

이 책에는 사랑, 이별, 죽음을 주제로 세 명의 작가가 쓴 소설이 실려 있다. 짧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소설이었다. 3개의 소설 다 재밌었는데, 결말이 너무 열려 있는 거 아닌가 싶었다. 내가 놓친 게 있나 앞으로 다시 가서 읽을 정도였다. 그래도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금세 빠져들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상상되는 이미지가 좋았으므로 좋은 소설이라 하고 싶다. 사랑에 관한 짧은 소설 : 우리가 떠난 해변에 | 정이현 설과 주영은 아주 오래 사귀었다가 헤어진 연인이다. 방송작가인 설은 일을 위해 짐을 챙기던 중 주영에게 문자를 받는다. 주영의 건강이 악화되어 설을 보고싶어 한다는 내용의 문자였다. 한편 설은 직장동료였던 선우와 함께 새로 기획하는 프로그램 출연자의 인터뷰를 위해 바다 근처 커피숍을 방문한다. ..

2024.10.11

해가 지는 곳으로 - 최진영

오늘은 어제와 다른 곳에서, 내일은 오늘과 다른 곳에서 지는 해를 보는 것.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이 죽는 절망의 세계.  도리는 바이러스로 부모님을 잃고 어린 동생과 함께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생존하고 있다. 금보다 귀한 티켓을 훔치고, 통조림을 먹으며 힘겹게 도시를 이동한다. 언젠가 올 봄을 기다리며.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 17p 잠을 자지 않아도 해가 떴다. 숨을 쉴 수 없는데 죽지 않았다. 울지 않는데도 눈물이 흘렀다. - 35p  가족을 여의고 세상이 불행과 절망으로 차오르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자신은 살아 있다는 것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어린 동생을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도리를 살아 있게 만든다. 한 번에 ..

2024.08.29

재와 물거품 - 김청귤

바다를 모시고, 물결을 살피고, 물고기와 해초의 상태를 살피고, 사람들이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지는 않았는지, 물고기가 너무 적게 잡힌 건 아닌지 살피고,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바다로 인해 죽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너는 바다와 사람을 이어주는 무녀다.   무녀인 마리는 선대무녀가 죽은 후 섬에서 혼자 '무녀'의 역할을 감당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소녀다. 무녀의 역할은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이 파도에 휩쓸려 죽지 않고 물고기를 많이 잡아오도록 바다의 신에게 청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바다에 빠져 죽으면 무녀 탓을 한다. 또 자식이나 남편이 바다에서 위험에 처하면 무녀 앞에 엎드려 빌기도 한다. 무녀란 섬에서 배척되는 존재다. 사람들은 무녀를 신격화하는듯 하면서, 마을 주민으로서는 선을 ..

2024.08.07

구의 증명 - 최진영

비 오는 날 습기가 차 끈적거리는 노란 장판같은 책이었다.꿉꿉하고 또 찝찝하고, 그러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추억에 잠겨 다시 펼칠 것만 같은 책. 만약에 너 때문에 내가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면 너는 술병을 치우는 대신 내 술잔에 술을 따라줘야 해. 우린 그렇게라도 같이 있어야 해.이건 사랑이 아니야.구가 말했다.뭐든 상관없어.나는 단호했다.   이 책에서 표현하는 사랑이 좋았다. 사랑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겉으로 보기엔 사랑과 닮아 있지만 분명 사랑보다 더 깊고 좁은, 그보다 더한 걸 표현할 길이 없어 사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세밀하게 표현된 게 좋았다. 그리고 공감했다. 그건 분명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서로 좋아하고 질투하고 그리워하는 그런..

2024.07.23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한 직장인에게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인데 정말 유익하고 재밌었다. 나는 공대생이라 글쓰기에 자신이 없고, 글쓰는 게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블로그나 일기를 쓸 때 문장을 여러 번 고치고 다듬어도 어떤 부분에서 어색한 건지, 뭘 고쳐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았다. 특히 글을 쓸 때 자주 사용하게 되는 적·의·것·들 - 이 단어만 빼도 글이 깔끔해져서 신기했다. 내가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쉽게 풀어쓸 수 있는 말을 너무 길게 늘어놓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쓸 데 없는 단어를 덜어내는 게 중요하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이 어떤 표현을 자주 쓰는지 알 게 된다. 나는 글을 쓰는 방식이나 구조에 한계를 느낄 때 글 쓰는 게 지루해진다. 아는 단어만 사용하면서 뻔하지 않게 쓰려고 하다 보니 글 쓰는 ..

2024.06.01

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 일자 샌드

나는 성인이 될 때까지 내가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내 성향을 정확히 알고 싶어 심리학 영상을 자주 보다보니 어느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민감하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민감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극을 훨씬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나는 특히 소음에 예민한 편인데, 오토바이 소리, 경적 소리, 지하철에서 울리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귀를 막고 싶어진다.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예민한 편이라, 대화 중에 상대방의 반응을 계속 살피거나 집에 와서도 그 대화를 떠올리며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지는 않았는지 떠올리는 일도 잦다. 그리고 감정에 기복이 좀 있는 편인데, 사소한 일에도 금방 기분이 좋아지거나 우울해지거나 한다. 그리고 그걸 ..

2024.05.22

나를 휩쓰는 거대한 파도에 휘말려,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단단히 뿌리를 내려 나를 지켜야 한다.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나는 과연 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가?불쑥 치고 올라오는 자기비하가 나를 괴롭게 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눈을 돌리고, 타인의 인정과 사랑만 갈구하며 살아왔다.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때때로 불행하다. 항상 나를 증명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모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인정을 받았을 때 비로소 나에게 잠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일상/일기 2024.04.19

1.20

오늘은 뭔가 일상을 허비한 듯한 느낌이 든다.충분히 자고, 놀고, 충전은 확실히 했다.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하면 되겠지.역시 주변에 성실한 사람들이 있으니 자극을 좀 받게 된다. 오늘 아침에 '20대는 원래 사람들의 시선을 누구보다 의식하는 시기다'뭐 이런 내용의 영상을 봤는데, 나만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게 아니구나 싶었다.생각해보면 나만 해도 주변사람들 제외하고는 관심이 딱히 없는데.어쩔 때는 주변사람에게조차도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을 때가 더 많지 않나?그냥 본인한테만 관심을 갖는 게 인간적으로 되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깨달아졌다. 명확한 목표 설정의 중요성에 관한 영상도 봤는데,나는 너무 단기적이고 결과 중심의 목표만 지향하고 있었다.조만간 나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지금까지 해 온..

일상/일기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