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낮은 곳으로」 - 이정하 | Impossible

cikat 2021. 6. 4. 07:42

 

낮은 곳으로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Nothing But Thieves - Impossible]

I could drown myself in someone like you
난 너에게 잠겨 죽을 수도 있고
I could dive so deep I never come out
너에게 깊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수도 있어

 

 

Agape(아가페), 헌신적인 사랑

 

사랑은 얼마나 많은 자신을 버려야 하는 걸까?

자신보다 상대를 더 위하고,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

나를 하나도 잃지 않고 상대를 사랑할 수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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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시를 접했던 고등학교 때가 생각난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밀려오라니, 참 멋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끔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취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사람과 있는 분위기가 편안하게 느껴질 때, 안정감을 느낄 때, 이대로 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관계라는 건 틀어지기도 쉬운 것 같다. 어쩔 때는 너무 좋다가도, 그 사람이 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기도 하니까. 결국 나도 집착, 질투 이런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려놓고 나서야 버틸 수가 있었다. 관계에 얽매일 수록 불행한 것은 나였다.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되기 전에, 멀어지기 전에 내 태도를 객관적으로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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