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귀천」 - 천상병

cikat 2021. 8. 11. 01:59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시는 중학교 때 처음 접한 시이다. 지각해서였나, 벌이 시쓰기였는데 선생님께서 이 시를 쓰라고 건네주셨던 기억이 난다. 첫인상이 안 좋을 뻔 했지만, 읽자마자 좋은 시라고 느꼈다. 졸업하고도 종종 생각나는 걸 보면 꽤 감명깊게 읽은 모양이다. 특히 시인이 꼭 세상을 곧 떠날 것처럼 쓴 게 인상깊었던 것 같다. 사는 것을 소풍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아름답다고하는 부분에서 긍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 좋아한다. 상처를 많이 받은 시인이 자연으로 치유받아 행복하게 세상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침 글을 쓰면서 천상병 시인에 대해서도 찾아봤는데, 좋지 않은 일을 많이 겪은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도 그의 긍정적인 부분이 잘 드러나는 시였다. 보기에도 마냥 행복해보이는 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꼭 금방 세상을 떠날 것처럼, 미련이 없는 것처럼 구는 부분이 그의 인생관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을 소풍이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그의 시는 꼭 죽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같다. 항상 행복을 외치는 모습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내면이 강한 사람들을 보면 자극을 받는다. 사람이 힘든 일을 겪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할 법도 한데,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건 정말 강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대단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위안을 얻기도 하지 않는가,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