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내게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불안이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의 불안,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하지 못했을 때 받는 책망과 시선, 지극히 회피적이고 타인을 의식하는 감정에 불과하다.
그리고 미루고 미루다 마침내 실패하게 되면, 자신을 향한 분노와 좌절, 허무함과 탈력감이 동시에 밀려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괴로워만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감정은 무언가 이상하다. 할 일을 하지 않을 때 느끼는 불안과 조바심이란 맡은 일을 잘 해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된다. 그렇게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면서 어떻게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사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타인으로부터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건 아닐까? 타인을 신경쓰는 나 자신, 민폐를 끼쳐 괴로워하는 나 자신, 실패하고 좌절하는 나 자신.
급하면 급할수록 커져만 간다. 악순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