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목숨의 노래」-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 문정희

cikat 2023. 3. 7. 04:50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데이먼스 이어 - 창문]
https://youtu.be/gDnuBYGwIrE

데이먼스 이어 - 창문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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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을 가지런히 담아줘요

한눈에 볼 수 있게, 이름표가 없어도

아무도 모르게 나를 곁에 숨겨줘요

어디로 갈 수 없게 그대 팔로 묶어줘요

 

이걸 사랑이라 하지 못해도

집착이라 말해도

이 순간에 나와 나의 그대는

눈치채지 못해요

 

그대의 마음을 가지런히 담아줘요

아무도 모르게 나를 곁에 숨겨줘

 

난 가질 수 없는 그대의 모든 시간들을

난 아직 옆에 누운 그대를 가진 적이 없어

한순간도 나의 곁에 있어줘

어두운 밤에 서서 나는 그대를 보네

 

제발 이러지 마, 나에게

나를 사랑한다 했잖아

네가 잠시라도 없으면

내가 숨을 쉴 수 없잖아

 

어젯밤엔 뭘 했어, 내 그대여

네가 내 곁에서 떠나간다면

나는 아마 살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아

 

난 가질 수 없는 그대의 모든 시간들을

난 아직 옆에 누운 그대를 가진 적이 없어

한순간도 나의 곁에 있어줘

어두운 밤에 서서 나는 그대를 보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네

 
이토록 격하게 사랑을 노래하는 시도 많이 못 본 것 같다. 목숨을 낼 정도의 사랑은 얼마나 깊은 감정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시의 모든 문장이 과거형이기에 어쩌면 지금은 끝난 사랑을 회상하는 것도 같았다. 시를 읽고 딱 생각난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데이먼스 이어의 '창문'이라는 노래다. 가사를 보면 알겠지만 상당한 집착이 묻어 있는 노래다. 난 이상하게 사랑 시를 읽으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다. 사랑을 받는 당사자가 이 감정을 어떻게 느낄까... 무슨 관계라고 생각할까... 하면서. 목숨이 아깝지 않은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사랑을 품은 집착이거나 혹은 아가페 같은 헌신적인 사랑 둘 중에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사의 핵심 문장은 맨 마지막의 성경 구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앞 부분에서는 상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을 전부 담아놓고 마지막에는 그것이 마치 죄라는 듯 상반되는 내용을 가사로 쓴 게 특이하고 신선했다. 사랑과 집착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다만 상대를 얼마나 배려하는지에 따라 집착을 밖으로 드러내든 감추든 선택하게 하는 지표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