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기록

Miiro - 계절범죄 | "당신의 계절을 파시겠습니까?"

cikat 2023. 6. 23. 13:58
 
계절범죄 (Feat. 새빛)
아티스트
Miiro (미로)
앨범
계절범죄
발매일
1970.01.01

 

[미로 - 계절범죄]

https://youtu.be/rWbOrlbhens

 

"당신의 계절을 파시겠습니까?"
계절을 팔라니, 난생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문장이었다.

"우리는 기억을 계절이라고 명명했거든요."

- 계절범죄 中 -

 

 

그 여름날의 기억

몹시 추웠던 겨울 어느 날

선선한 가을밤

푸른 봄날에 있었던 일

 

우리는 기억이나 감정을 계절과 연관지어 추억하고는 한다.

순간의 배경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날의 계절, 날씨, 시간, 향기까지 전부 기억에 박제시킨다.

 

 

 계절을 팔았다.
더는 쓸모 없다고 생각해서 팔았다.
어쩌면 낡고 불결한 나를 버리고만 싶어서, 깊은 얼룩을 지워낼 방법이 초월한 것밖에는 없어서.
한 겹씩 허물 같은 기억을 벗겨내면 그 속내에 순결한 내가 있을지 모른다고 덧없는 기대를 했다.
···
이건 명백히 범죄잖아.

 

 

인생은 공들여 쌓은 탑 같은 거다.

절망적이고 잊고 싶은 기억도 인생의 밑부분을 차지하며 우리를 지탱한다.

아무것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성숙할 수 없다.

기억을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다면, 사람들은 손쉽게 자신의 기억을 팔아버릴까?

상품을 골라내듯이 기억에 가치를 매겨, 이건 쓸모 없는 기억이라 명명해버리는 걸까.

아프고 절망적인 기억을 잃어버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까.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고, 처음처럼 아파하고, 다시 기억을 팔아버릴지도.

어쩌면 일어날 힘을 가질 기회조차 버려버리는 건 아닐지.

 

 

 

내 절망이 깊어지는 동안 시간들은 무의미하게 쌓였다.

 

 

가사

더워지는 바람에

눈을 스쳐 뜨던 밤처럼

옅어지는 그날의 작은 기억이

잊혀져 매일 눈을 뜰 때면

흐려져 오늘도 눈을 감으면

또 사라져버릴 듯한 어제를 그려가

 

떨어지는 그림자 사이에

맴도는 향기가 조용히 너를 불어와

선명했던 날들도 어느새

다 지워버린 채

차갑게 잊혀져만 가

 

흐렸던 날들만 바람에 날아가거라

베어 물은 듯 추억만 고이 남은 채

지샌 하늘 위 피어진 구름처럼 사라지는

마음은 후회도 잊어버린 채

내 생에 피어라 가장 아픈 겨울아

지난날처럼 길고 멀었던

그리운 계절을 불러

 

봄바람이 스치듯 떠난 밤

내 안의 계절을 다 팔아 버린 밤

마음에는 어떤 소리가 들려?

아아

 

깊어지는 실루엣 사이로

눈 부신 바람이 또다시 너를 불어와

선명했던 날들도 이제는

다 잊어버린 채

조용히 흩어져만 가

 

괴로운 날들만 바람에 날아가거라

베어 물은 듯 추억만 고이 남은 채

지샌 새벽 끝 옅어진 달빛처럼 흐려지는

기억은 슬픔도 잊어버린 채

내 생에 지어라 가장 짙은 여름아

지난날처럼 길고 멀었던

그리운 계절을 불러

 

하얗고 하얗던 내 계절아

끝이 없고 그치지 않는 비에도

밝아오니까

그 시간이 두려워도

난 괜찮아

잿빛 사이 푸른 이 비가

선명하게 모든 계절을

다시 찾아갈 테니

 

흐렸던 날들만 바람에 날아가거라

베어 물은 듯 추억만 고이 남은 채

푸른 바람과 스쳐간 계절마저 잊어가는

시간은 어제도 잊어버린 채

내게만 맑아라 슬피 우는 사랑아

지난날처럼 길고 멀었던

그리운 계절 아래로

 

피어가 꽃잎과 푸른 하늘이

베어 물은 듯 후회만 남아버린 채

기쁜 마음도 슬픔도 이젠 되돌릴 수 없는

날들로 저 멀리 사라져만 가

내 생에 피었던 아름다운 하루가

지난밤처럼 길고 어둡던

그리운 계절을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