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cikat 2024. 6. 1. 13:42

 

 

 

 한 직장인에게 추천을 받아 읽게 된 책인데 정말 유익하고 재밌었다. 나는 공대생이라 글쓰기에 자신이 없고, 글쓰는 게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블로그나 일기를 쓸 때 문장을 여러 번 고치고 다듬어도 어떤 부분에서 어색한 건지, 뭘 고쳐야 하는지 잘 모를 때가 많았다. 특히 글을 쓸 때 자주 사용하게 되는 적·의·것·들 - 이 단어만 빼도 글이 깔끔해져서 신기했다. 내가 지적으로 보이고 싶어서 쉽게 풀어쓸 수 있는 말을 너무 길게 늘어놓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쓸 데 없는 단어를 덜어내는 게 중요하다.

 

 글을 쓰다보면 자신이 어떤 표현을 자주 쓰는지 알 게 된다. 나는 글을 쓰는 방식이나 구조에 한계를 느낄 때 글 쓰는 게 지루해진다. 아는 단어만 사용하면서 뻔하지 않게 쓰려고 하다 보니 글 쓰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중독됐다', '게으르다'고 표현하는 게 신선했다. 확실히 글을 쓸 때마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익숙한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다. 중독된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내 언어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다. 

-하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 ~라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특히 이런 어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을 강조하거나, 확신에 차지 않은 표현. 지나치게 방어적인 언어 습관이다. 어쩌면 인터넷처럼 쉽게 공격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쓰는 걸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의견이니 존중해달라는 의미가 느껴진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면 모난 돌이 된다. 어른에게 말대꾸한다, 기가 세다, 이런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나는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을 동경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란 어렵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니까.

 

 이 책은 단순히 교정하는 법만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작가가 책을 쓰게 된 배경과 교정법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구성인데, 무심코 뒷부분을 펼쳤다가 반전인 내용을 딱 마주쳐 흠칫했다. 에세이가 반복해서 나올 때마다 '왜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썼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반전되는 부분을 읽자마자 갑자기 흥미로워져 앞부분의 에세이를 다시 읽게 되었다.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고 재밌는 책이었다. 글에 나온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어서 '함인주'라는 이름을 검색해봤는데(작가가 함인주라는 인물에게 메일을 받으면서 책이 시작된다) 아마 가상의 이야기인 것 같다. 실화였으면 책 어딘가에 당사자의 허락을 맡았다는 얘기가 써 있을 법도 한데, 그런 얘기도 없었고 유의미한 검색 결과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앞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 교정 책을 처음 읽어봐서 그런가 내 문장을 검열하는 시간이 배로 늘어난 것 같다. 나도 나만의 교정가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