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 35

「길 위에서」- 이정하 | 김윤아 - 길

길 위에서 이정하 길 위에서면 나는 서러웠다 갈 수도, 안 갈 수도 없는 길이었으므로 돌아가자니 너무 많이 걸어왔고 계속 가자니 끝이 보이지 않아 너무 막막했다 허무와 슬픔이라는 장애물, 나는 그것들과 싸우며 길을 간다 그대라는 이정표, 나는 더듬거리며 길을 간다 그대여, 너는 왜 저만치 멀리 서 있는가 왜 손 한번 따스하게 잡아주지 않는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신도 없이 혼자서 길을 간다는 것은 늘 쓸쓸하고도 눈물겨운 일이었다 [김윤아 - 길] https://youtu.be/J3VZ78hWhQw 김윤아 - 길 세상 어딘가 저 길 가장 구석에 갈 길을 잃은 나를 찾아야만 해 ▼ 가사 더보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 이 길이 옳은지 다른 길로 가야 할지 난 저길 저 끝에 다 다르면 멈추겠지 끝이라며 가로막..

시와 노래 2023.04.18

「행성의 노래」- 허연 | COSMOS

행성의 노래 허연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람들은 별을 가져다 기껏 노래를 만들었다 오늘도 천만 년 된 햇볕이 내 얼굴에 와 부딪힌다 천만 년 전 태양을 떠난 그 햇살이 내게 말한다 생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삼키는지 똑똑히 지켜보라 욕망이 욕망에게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보라 천만 년 전 그 첫날이 뒤늦게 도착하고 두번째 날도 세번째 날도 계시는 언제나 천만 년 전으로부터 왔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내 생은 나를 삼키고 있었다 위대한 것들은 위대해서 아득하다. 남아 있는 생이여. [원위 - COSMOS] https://youtu.be/ulUOGpwWWsg 원위 - 천체 가사 ▼ 더보기 내가 태어나기 전 먼 옛날 빛조차 모습을 감추었던 그 날 작은 점에서 시작된 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이미 마음속에선 날 떠나..

시와 노래 2023.03.08

「목숨의 노래」-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 문정희

문정희 너 처음 만났을 때 사랑한다 이 말은 너무 작았다 같이 살자 이 말은 너무 흔했다 그래서 너를 두곤 목숨을 내걸었다 목숨의 처음과 끝 천국에서 지옥까지 가고 싶었다 맨발로 너와 함께 타오르고 싶었다 죽고 싶었다 [데이먼스 이어 - 창문] https://youtu.be/gDnuBYGwIrE데이먼스 이어 - 창문가사 ▼더보기그대의 마음을 가지런히 담아줘요한눈에 볼 수 있게, 이름표가 없어도아무도 모르게 나를 곁에 숨겨줘요어디로 갈 수 없게 그대 팔로 묶어줘요 이걸 사랑이라 하지 못해도집착이라 말해도이 순간에 나와 나의 그대는눈치채지 못해요 그대의 마음을 가지런히 담아줘요아무도 모르게 나를 곁에 숨겨줘 난 가질 수 없는 그대의 모든 시간들을난 아직 옆에 누운 그대를 가진 적이 없어한순간도 나의 곁에 있..

시와 노래 2023.03.07

「빈집」- 기형도 | 홀로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정키 - 홀로 (feat.김나영)] 겉보기에는 후련해 보이지만 그 속에는 상당한 미련이 담겨 있다. 시를 쓰는 행위로 그 미련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인연이란 다가오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지만 붙잡으려고 하면 잡히지 않고, 보내려고 하면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 예측할 수 없는 바람같다. 때로는 나를 기분좋게 해주고, 때로는 날카롭게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차갑고 거센 바람이 오래 지속되면 나를 아프게..

시와 노래 2023.02.24

「너를 어쩌면 좋으니」- 공석진 | 섬그늘

너를 어쩌면 좋으니 공석진 그리울 때마다 바다를 퍼담은 어항은 얼마나 출렁였던가 밀리고 썰리고 흔들릴수록 쉽게 엎질러지는 작은 물의 나라 그 속에 갇혀 있는 슬픔을 깊숙이서 건져내어 위로하여 어루만지네 상처가 덧나 흉칙하게도 변했구나 만신창이인 너를 어쩌면 좋으니 [문웅주 - 섬그늘] 문웅주 - 섬그늘 나는 섬그늘에 와있네 아무도 보내지 않으려 한 거기에 슬피 우는 아기는 어른이 돼버렸어요 이제 반대편에 내가 와버렸어요 시를 읽으면 원치 않게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눌러 담기만한 그리움이 서로 엉키고 설켜 남은 흉터를 어떻게 없앨까. 깊숙히 박힌 상처를 다 쏟아내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시와 노래 2023.02.23

「사는 법」- 나태주 | 그렇게 사는 것

사는 법 나태주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허회경 -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가시 같은 말을 내뱉고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 또 사랑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것 가끔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불안할 때가 있다. 어제 누구와 무슨 일이 있었든, 어디를 갔든, 얼마나 즐겁고 슬펐든 결국 일상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변화는 아주 천천히, 느리게 다가온다.

시와 노래 2023.02.22

「노을」- 서정윤 | 붉은 밭

노을서정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국카스텐 - 붉은 밭]국카스텐 - 붉은밭 라이브 영상 기쁨을 마셔 버린 붉은 천사야 마지막 불꽃으로 떨어져 보자 니가 베어 문 농염한 비명에 우리 모두는 춤추고 벗어 버린 허물을 잡고 태양을 만지러 가네 뜨거워진 우리 몸은 조금씩 갈라지고 Come down, down, down, down 말라가는 나의 뼈는 기억을 잃어가고 Come down, down, down, down 마지막 불꽃의 corner 새가 된 천사의 chorus 마지막 불꽃에 망가진 감각에 새가 된 천사에 내 안의 저주의 땅 선과 악, 허용과 금기에서 모두 벗..

시와 노래 2023.02.18

「꽃」- 김춘수 | 매일 그대와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들국화 - 매일 그대와] 들국화 - 매일 그대와 매일 그대와 아침 햇살을 받으며 매일 그대와 눈을 뜨고파 매일 그대와 도란도란 둘이서 매일 그대와 얘기 하고파 새벽비 내리는 거리도 저녁놀 불타는 하늘도 우리를 둘러싼 모든 걸 같이 나누고파 매일 그대와 밤에 품에 안겨 매일 그대와 잠이 들고파 김춘수 시인의 꽃. 정말 유명한..

시와 노래 2023.02.16

「잠수함」- 최금진 | Drowning Love

잠수함 최금진 나는 잠수함, 네가 사는 물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자꾸 아래로 침잠하는 버릇, 아무데도 정박할 수 없구나 문어발처럼 뻗은 섬의 뿌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용암을 토하는 화산의 아가리가 얼마나 깊은지 나는 네가 그런 어둡고 탁한 깊이를 평생 모르고 살아가길 바란다 어느날엔가 그냥 장난처럼 낚싯대를 가지고와 그 끝에 잠시 파닥거리는 웃음을 미끼로 달고서 재미있게 하루를 드리웠다가 가거라 그때 나는 온통 철갑으로 둘러진 무거운 몸을 죄악처럼 입고서 네 그림자 밑을 조용히 스쳐지나갈 것이다 녹슨 쇳조각 떨어져내리는 폐선처럼 심해의 어둠에 나를 꿇어앉혀야 할 일만 남은 것처럼 미안하다, 너에게 가지 못한다 나는 잠수함, 물 밖으로 꺼내놓은 작은 잠망경 하나에 행복한 너를 가득 담고서 네 앞을 지나간다 깊..

시와 노래 2023.02.15

「오르골 여인」- 김지녀 | Deja Vu Waltz

오르골 여인 김지녀 태엽을 감아요 어떤 예감처럼 팽팽한 느낌이 나쁘지 않죠 누군가 벽을 타고 오르고 있어요 그리다 만 벽화 같아요 내 얼굴은 밟고 지나간 발자국 같아요 부풀어오르는 나무들 몸속으로 수혈되는 그늘 조금씩 깊어지는 눈 그늘 그 속에 고여있는 떨림 울림 당신과 나는 바람이 가득한 상자랍니다 당신의 소리는 날마다 아름답군요 스스로 돌고 있는 지구에서 나는 중심을 잃어요 한 발로 디딘 세계는 어지러워도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가며 땅의 흔들림을 짚어보고 일년이 지나고 나는 가벼운 뼈를 움직여 오래 걸었어요 밤 깊은 곳으로 달아나는 달과 숲의 함성을 기억해요 나는 당신과 밤의 태엽을 감고 있어요 [이진욱 - Deja Vu Waltz] 이진욱 - Deja Vu Waltz 밤의 숲에서 듣는 오르골 소리 ..

시와 노래 2023.02.11